롭 B. 카터는 IT 리더십의 우수성에 대한 표준을 세운 비전 있는 기술 임원이다. 카터는 CIO 평균 재임 기간의 6배에 달하는 약 25년간 페덱스의 CIO로 재직하며, 글로벌 조직을 이끌고 있다. 또한 그는 CIO닷컴이 운영하는 CIO 100 어워드를 27회 연속 수상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최근 CIO닷컴은 팟캐스트 테크 위스퍼러스에서 카터를 초대해 그의 리더십 이야기와 업적, 그리고 페덱스 및 IT 업계 전반에 남긴 흔적에 대해 들어보았다.
Q(댄 로버츠): 조직 내외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기술 조직이 비즈니스 성장을 지원하는 데 이러한 관계가 어떻게 기여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나?
A(롭 카터): 나의 페덱스의 선배인 데니스 존스는 기술의 최첨단에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중요한 가르침을 알려줬다. 실제로 1994년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의 빌 조이가 멤피스를 방문해 데니스와 나를 비롯한 주요 직원 몇 명을 만난 일이 있었다. 조이는 만난 지 5분 만에 “웹사이트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라고 요청했다.
1994년 당시에는 웹사이트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클라이언트-서버를 어떻게 제공할지 고민하느라 바빴다. “사실 저희는 아직 웹사이트가 없습니다”라고 답하자, 조이는 즉시 “가서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는 그의 제안을 실행에 옮겼다. 처음에는 회사 소개 페이지와 1200회선 모뎀으로 전송되는 본사 사진이 전부인 브로슈어 형태의 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당시 우리는 이미 PC 소프트웨어로 페덱스 추적 기능을 출시했는데, IBM PC에 작은 디스켓을 삽입하면 추적용 간단한 인터페이스가 표시됐다. 이는 메인프레임의 IMS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LU0 백엔드였다. 마일리 아인스워스가 이끄는 신기술 연구팀이 최초의 fedex.com을 구축했다.
사이트의 첫 화면에는 하늘을 나는 듯한 페덱스 박스가 아치형 궤적을 남기는 이미지가 있었다. “여기에 추적 번호를 입력하세요”라는 작은 입력 필드가 있는 HTML 페이지였다. 번호를 입력하면 PC 소프트웨어와 동일한 방식으로 LU0 백엔드를 통해 메인프레임에 연결되어 모든 추적 데이터를 가져온 뒤 HTML 페이지로 재구성하여 fedex.com 화면에 표시했다.
이는 실제 비즈니스 거래를 수행한 최초의 웹사이트로서 스미소니언 상(미국 역사와 문화 유산의 보존과 발전에 기여한 혁신적 업적을 인정하는 상)을 받았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빌 조이가 우리와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통찰력을 공유하고, 마일리와 그의 팀이 이를 실현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들은 거대하고 경직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고객을 초대하고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불과 몇 년 만에 우리는 고객센터의 절반 이상 전화 문의를 페덱스닷컴 웹사이트에서 처리할 수 있었다. 고객들은 fedex.com에서 직접 발송을 예약하고, 물품을 주문하며, 화물을 추적할 수 있었고, 이후 이용률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Q: 고객이 원하는 방향을 예측하는 방법으로 ‘혁신의 두 날개’를 언급하신 적이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A: 혁신의 한 날개는 외부와의 연결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와의 접점에서 새로운 배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개 하나로는 새가 날 수 없다. 이는 혼자서는 모든 것을 알거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한 날개는 내부의 혁신 조직이다. 이 두 날개가 만나야 비로소 속도를 내고 더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즉, 두 날개가 갖춰져야만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 빌 조이와 마일리 에인스워스의 사례는 혁신의 두 날개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외부와의 관계를 통해 통찰을 얻고, 내부 혁신 팀이 이를 실현했기 때문이다.
Q: 기술은 사람 중심의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철학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A: 기술 리더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기계의 속도와 성능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게 핵심은 아니라고 본다. 기술은 단지 도구일 뿐이고, 진정으로 위대한 일을 이루려면 결국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관리자로 성장하던 시절, 조직 내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지 않는다는 점을 느꼈다. 그래서 금요일마다 직원들의 가족을 초대해 300여 명이 함께 배구를 하거나 낚시를 하고, 볼링 대회를 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의 첫 번째 신념은 ‘열심히 일하라’이지만, 두 번째는 ‘균형 잡힌 삶을 살라’이다. 사람들은 이 메시지에 크게 공감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일부 기술 리더들은 여전히 기술에만 몰두하고, 이를 실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한 두 CIO의 사례와 비슷하다. 어떤 CIO는 구성원을 소외시키며 단기적 성과를 낼 수는 있지만, 오래갈 수 없다. 내가 다른 CIO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다면, 바로 이 점을 가장 중요한 교훈으로 전하고 싶다. 결국 비즈니스의 핵심은 사람이며, 여기에는 외부와의 관계도 포함된다. 이러한 통찰은 데니스에게서 배운 것이다. 그 전에는 ‘벤더와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낭비’라고 여기는 상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벤더 역시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의 기업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Q: 2년 전 CIO100 어워드 행사에서 진행된 ‘리더십 마스터클래스’에 발표자로 참여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일정상 세션 후 바로 자리를 비워야 한다고 들었지만, 실제로는 세션이 끝난 뒤에도 두 시간 반 동안 앞줄에서 강의를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를 통해 겸손과 지속적 학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러한 태도가 지금의 성공과 업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듣고 싶다.
A: 그날의 대화는 매우 의미있었다. 시스코의 산체스와 퀄컴의 CIO 등 내로라하는 업계 리더들이 모여 학습과 존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으며, 서로 다른 경험과 관점을 가진 이들, 시스코처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업들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적응력이며, 고정된 사고방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인물에게서도 배움을 얻을 수 있다. 빌 클린턴의 정치적 성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포춘 행사에서 연사로 나선 클린턴을 만난 경험이 있다.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경호원 한 명과 함께 있는 클린턴을 만났다. 클린턴은 매력적이고 우아하며 카리스마가 넘쳤다. 엘리베이터에는 우리뿐이었지만, 클린턴은 마치 의무인 듯 자기소개를 했다. 그날 밤 컨퍼런스에는 백 명이 넘는 참석자가 있었는데, 클린턴은 우리에게 다가와 이름을 기억하고 대화를 나눴다. 모두가 그의 매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클린턴은 밴드와 함께 색소폰을 연주하기도 했는데, 정말 대단했다.
후에 들은 바로는 클린턴의 리더십 정의가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방에 급하게 들어가서는 안 된다. 나는 많은 대통령을 만났지만 클린턴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클린턴은 이를 몸소 보여줬다. 악수할 때 상대방의 눈을 마주치며 마치 그 공간에 둘만 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고, 출신지를 물어보는 등 관심을 보였다.
마이클 델은 회사 초기부터 현재까지 항상 경청하고 호기심을 갖고 적응하면서 리더로서 발전해 온 인물이다. 델은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카리스마를 지녔다. 래리 센은 이를 ‘지금 여기’라고 표현했다. 내가 얻은 리더십 교훈 중 하나는 직접 나서서 회의실에서 모범을 보일 수도 있고, 천천히 걸어 들어가 앉아서 경청하고 배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Q.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리더십에서 왜 중요한지 설명해 준다면?
A: 경영학자 피터 센게의 ‘공유된 정신 모델(Shared Mental Models)’ 개념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센게는 이 모델을 성당 건축에 비유해 소개했는데, 성당을 짓기 전에 먼저 사람들의 마음속에 성당의 이미지를 그려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실제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비록 공유된 정신 모델은 추상적인 개념이었지만, 구성원들이 함께 그려나갈 수 있는 청사진이 되어주었다.
조직 변화의 심리를 다룬 ‘체인지 몬스터(The Change Monster)’에서는 변화 성공의 핵심은 먼저 5%의 구성원에게 비전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전체 구성원을 한 번에 설득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이 핵심 5%가 변화의 전도사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페덱스 설립자 프레드 스미스에게서 배운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변화 과정에서 단어와 이름의 중요성이다. 특정 용어나 이름이 정해지면 이를 잘못 사용할 때마다 즉시 바로잡았다. 이는 의사소통의 혼란을 막고 명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스미스는 “말하고, 다시 말하고, 또 말하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반복이 불필요해 보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예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Q. 오늘날 CIO에게 용기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떤 조언을 해준다면?
A: 스미스는 “리더십을 요청받으면 리더가 돼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리더는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해야 한다. 내가 일일이 지시해야 한다면, 그건 적임자를 잘못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기의 핵심은 누군가의 지원을 믿는 것에서 시작된다. 프레드는 항상 나를 지원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의 뒤에서 수동적으로 따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어야만 그의 지원도 의미가 있었다.
브래드 마틴의 ‘다섯 개의 매끄러운 돌(Five Smooth Stones)’도 떠오른다. 우리는 종종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가장 일어나기 힘든 일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로 살펴보면, 다윗은 이미 곰과 사자를 죽인 경험이 있었다. 수많은 늑대와 여우도 그렇게 처치했다. 투석구를 다루는 놀라운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
용기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며, 다윗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다. 곰이나 사자를 상대했던 것처럼, 그는 이 일에 필요한 기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에게도 돌이 하나가 아닌 다섯 개가 있다. 빗나가면 다른 돌을 던질 것이다. 내가 이 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 잘 날아가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알기 때문이다. 결국 진정한 용기는 철저한 준비와 명확한 목표, 그리고 굳건한 신념에서 비롯된다.
로버트 카터의 인터뷰는 테크 위스퍼러스(Tech Whisperers) 팟캐스트에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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